복싱을 시작한 이유
오래된 로망
어릴 때 더파이팅을 재미있게 보았다. 더파이팅은 일본 복싱만화로 싸움따윈 모르던 일보가 챔피언을 향해 도전하는 만화다. 그때 봤던 복싱의 드라마가 오래 남아, 나도 복싱에 대한 로망을 갖게 됐다.
복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됐지만, 스파링이 부담이라 계속 미뤘다. 막상 경기를 보면 위험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백수생활을 하게 됐고, 더는 핑계가 남지 않았다.
댄스 복싱장을 잠깐 가봤지만 내가 생각한 복싱과는 너무 달랐다. 그래서 동네의 전문 복싱장으로 갔다. 샌드백 몇 개와 미트 훈련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믿음이 갔다. 3달을 등록하고 바로 다음 날부터 나가기 시작했다.
복싱은 생각보다 거칠다
줄넘기부터 시작하는 이유
과거 복싱을 배우면 줄넘기만 3달하다가 그만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흔히 콩콩이 스텝이라 불리는 점프를 하는 스텝을 뛰기 위해서는 줄넘기가 필요하기에 처음에 많이한다. 겸사겸사 지구력이나 순발력도 기를 수 있고 말이다. 물론 요즘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줄넘기만 시키다가는 대부분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잽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줄넘기를 하지는 않지만, 실제로 하다보면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된다. 한번도 복싱을 하지 않은 사람이 콩콩 뛰는 스텝을 하면서 잽을 하다보면 종아리 근육이 쉽게 지친다. 미트 훈련을 해보면 더 확실히 알게 된다. 줄넘기부터 시작하는 이유를 말이다. 몇번 치지도 못하고 금방 체력이 바닥난다.
펀치는 결국 몸에 돌아온다
복싱을 배우면 멋있게 샌드백을 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여기서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것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다. 내가 무언가를 세게 치면 칠수록 그 힘이 주먹에 온전히 전달된다. 물론 딱딱한 벽을 치는 것보다는 낫지만 축적되면 샌드백을 통해 전해지는 충격도 무시못한다. 처음 복싱 자세가 엉성할때 어깨나 손목을 다치기 쉽다. 자세가 잘못되니 특정부위로 충격이 몰리기 때문이다.
스파링을 처음 하게 되면 놀라는 것이 있는데, 사람 몸은 생각보다 딱딱하고 주먹은 여리다는 것이다. 스파링 상대와 좋지 못한 자세로 좋지 못한 부위에 타격을 하게 되면 부상으로 이어진다. 주먹으로 보통 머리 몸을 때리게 되는데, 그 어디도 사람의 주먹보다 단단하다. 자신의 뽕에 취해 마구잡이로 휘두르다 보면 정말 부상을 달고 살 수 있다.
결국 체력이 모든 걸 결정한다
복싱을 생각하면 펀치만 쎄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정작 실제로 배워보면 체력 또 체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아무리 강한 펀치력을 가지고 있어도 (보통 그렇게 펀치가 강하지도 않겠지만) 상대가 맞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상대가 스텝을 밟으며 피하는 것과 별개로 1라운드 3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복싱은 유산소와 무산소 운동을 함께 하는데, 이게 체력이 녹아내리게 만든다.
스파링을 하거나 미트 훈련으로 새로운 콤비네이션을 연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긴장을 하게 되는데, 이때 몸이 평소보다 굳게 된다. 긴장을 해서 몸이 굳으면 움직이는 데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고 이는 체력 방전으로 이어진다. 이러나 저러나 체력이 받쳐줘야 제대로된 콤비네이션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다.
복싱이 주는 보람
살이 빠진다
복싱이 워낙 힘든 운동이다 보니 살은 확실하게 빠진다. 식사 양까지 조절하는 사람의 경우 한달에 5키로씩 빠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살을 빼고 싶은데 본인이 체력에 자신이 있다면 다른 운동보다는 복싱을 추천한다. 다이어트와 겸사겸사 호신술도 배운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성장 체감이 빠르다
헬스가 지루한 이유는 성장의 체감이 늦기 때문이다. 매일 헬스를 하면 보람은 있지만 성장했다라는 느낌을 느끼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복싱의 경우 매번 콤비네이션을 새로 익히고 자세를 교정하면서 빠른 체감을 받을 수 있다. 거기다 가장 확실한 실력 측정인 스파링이 있기에, 남들과 붙어보면서 자신의 위치와 성장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힘들지만 그래서 남는다
복싱에 빠져서 하게 된 이유는 역시 보람이다. 하루종일 훈련하고 바닥에 누워서 땀을 흘리고 있을 때면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보람이 느껴진다. 영화나 만화속 주인공들이 해탈한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그정도로 힘들고 그정도로 보람차다.
